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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법, 공급업자의 ‘갑질’ 막기에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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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법, 공급업자의 ‘갑질’ 막기에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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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주들, ‘공급업자 갑질로 피해, 저항하면 보복 이어져…’

대리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주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현행 대리점법에 제약이 많아 대리점에 대한 공급업자의 ‘갑질’을 제재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리점법은 2015년 12월 대리점거래의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공급업자와 대리점이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발전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법 제정에는 2013년 남양유업의 이른바 ‘밀어내기’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강제 할당, 공급하고 진열 판촉사원을 파견한 후 급여 지불 책임을 대리점에 떠밀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현행 대리점법 제3조는 공급업자가 중소기업자일 경우 법 적용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대리점들이 여전히 공급업자의 불공정행위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사건 당시 남양유업은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위반하고 불공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중견기업으로 분류돼 현행 대리점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남양유업이 대리점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면,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형 또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대리점법은 또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 불공정행위를 조정토록 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11일, 국회에서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한 ‘갑질 이제 그만! 대리점법 개정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리점 사업자(이하 ‘점주’)들은, 공급업자의 불공정행위로 입은 피해를 호소하며 공정위의 직권조사와 대리점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호열 씨는 2006년 9월 샘표식품 대리점을 창업했다. 2009년 1월, 공급업자인 샘표는 이 씨가 김포, 강화 대리점을 인수하도록 강제했다. 당시 김포, 강화 지역은 신도시 개발 전이라 인구 유입이 적었다. 이 때문에 이 씨가 운영하는 대리점의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2013년 8월, 샘표는 다른 지역에서 남은 물량을 이 씨의 대리점이 구입하도록 강요했다. 물량이 대량 유입되면서 수익이 더 감소하자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타사 제품을 함께 취급하기로 했다. 비전속 대리점(여러 공급업자와 거래하는 형태의 대리점)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를 구실 삼아 샘표는 이후 더 가혹한 불공정행위를 이어갔다. 신도시 개발 이전부터 이 씨가 구축해온 거래처 영업 지역을 강제로 나누어 신규 대리점들을 출점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씨는 “샘표가 대리점을 그만두라고 수시로 통보했다”고 폭로했다.

이 씨의 사례에 따르면 샘표는 물품 구입 강제 행위, 불이익 제공 행위, 경영활동 간섭 등 각종 불공정행위들을 일삼아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리점법에 의거해 샘표를 처벌하기는 어렵다. 샘표는 중견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을 공급업자로 비전속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성환 씨는 공정위에 남양유업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했다가 남양유업으로부터 보복당했다. 신고 당시 공정위는 장 씨의 대리점이 비전속이라는 이유로 장 씨에게 남양유업이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장 씨는 남양유업이 불공정행위를 은폐하려한 증거를 제보했지만, 이후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상품 공급을 중단하고, 허위사실유포 및 모욕죄로 장 씨를 고소해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장 씨는 “왜 맞은 사람에게 때린 사람 몸무게를 알아오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며, “공정위가 직권 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최영근 공정위 시장감시총괄과장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리점의 전반적 상황을 실태조사한 적은 있어도 공급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직권 조사한 적은 없다. 공급업자의 횡포에 피해를 입은 대리점들은 공정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공정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대리점이 더 이상 공급업자의 ‘갑질’에 시달리지 않도록 법 개정에 주력할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은, “정무위에서 법안 소위를 하다 보면 가맹사업법에 대해서도 부족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대리점법은 가맹사업법보다도 덜 정비돼 있다”며 대리점법 개정에 대한 뜻을 밝혔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생팀장도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법 개정이 필요할지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재연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장은 “공정위와 협력해서 대리점 사업자들이 겪는 애로 사항이 정책에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최영근 과장은 “대리점법 개정에 앞서 철저한 조사할 것”이라며, “직권조사나 실태조사에 대해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5월 ‘불공정거래 관행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양소연 roseey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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