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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성추행 보도, 피해자에게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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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성추행 보도, 피해자에게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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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전문대 연극영화과 성추행 진정서 유출

 

<조선일보>의 성폭력 범죄 보도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5일,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박중현 교수의 성폭력 가해사실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재학생 37명의 자필로 쓰인 진정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작성한 기사다.

기사는 ‘허벅지에 비비탄을 맞았다’, ‘여학생에게 안마를 받았다’는 등 성추행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은 기사로 인해 “2차 가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재학생 A양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사 자료를 제보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져간 것이냐”며 “우리의 진술이 이렇게 자세하고, 과장돼서 밝혀지니 심장이 떨리고 무섭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학생 B양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B양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가리켜 “어디서 마음대로 ‘단독 입수’를 하고 우리의 피해 진술을 기사화하느냐”며 “왜 훔쳐서 찍은 진술서 사진을 마음대로 전달하느냐”고 지적했다.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해당 기사는 굉장히 선정적으로 작성됐고, 기사가 피해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간과한 채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에게 재차 고통을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진정 당사자인 명지대 연극영화과 재학생들이 제보한 것이 아니라면, 법적으로도 <조선일보>의 보도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고성민 기자에게 입수 과정에 대해 묻자 “알려줄 수 없다”며 “(조선일보의 보도를 지적한) 학생과 대화 중에 있다”고 말을 아꼈다.

 

자료 유출, 문제 되나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재학생들은 <조선일보> 기자에게 자료를 제보한 적이 없으며, 기사 내용 또한 자극적으로만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재학생 A양은 “학교 측에 알아보니 사실조사위원회 대표 교수만 (진정서 자료를) 갖고 있었고,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서류정리함에 넣어놨는데 어떻게 유출됐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 <조선일보>의 보도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작성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도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세부 권고 기준 총강 5항에 의하면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존중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한편, 익명을 요청한 명지대 관계자에 의하면 학생들의 진정서는 지난해 11월에 명지대 사실조사위원회에 접수됐으며, 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이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진정서의 유출 경로에 대해 “주요 보직 교수 간 알력 다툼 때문에 학생 진정서가 유출됐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allcotton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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