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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공휴일 확대, 5년 만에 합의한 근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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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공휴일 확대, 5년 만에 합의한 근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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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의 오랜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아

27일(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의 문턱을 넘었다. 현행 주 68시간의 노동시간이 52시간까지 줄어들고, 공휴일을 보장받는 노동자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경영계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노동계에서 강하게 요구했던 ‘휴일-연장 근로수당 중복할증’과 ‘특례업종 폐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현행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최대 노동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근로일’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통해 주말 16시간의 초과노동을 허용해왔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 일주일 노동시간이 최대 68시간까지 늘어났다. 노동계는 그동안 주당 노동시간 한도를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토요일과 일요일을 포함한 주 7일을 근로일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노동시간 단축은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 시행된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시간 단축 시행 시기를 늦췄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노동시간이 단축되지만, 30~299인 사업장(2021년 1월 1일), 30인 미만 사업장(2022년 1월 1일)은 시행 시기가 그보다 늦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중소기업 사업장의 충격을 완화하기위한 장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행 시기를 차등하면 소규모 사업장으로의 하청과 외주를 주는 꼼수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이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긍정적 효과보다 외주와 하청을 촉진시키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 휴일-연장수당 중복할증, 특례업종 폐지 불가

노동계가 강력하게 요구했던 휴일-연장수당 중복할증과 특례업종 폐지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환노위는 휴일근무수당의 지급 기준을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150%로 유지했다.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연장근로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중복적용을 막아왔다.

주당 40시간에 더해 주말까지 일하더라도 휴일근무수당만 지급하면 연장근로수당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상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40시간인 점을 들어 근무일에 40시간을 근무한 뒤 휴일에 근로하면 휴일수당 50%와 근로수당 50%를 합쳐 200%의 중복할증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법 개정은 그간 법원의 판결과도 배치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은 ‘휴일근무수당을 150%만 지급하도록 한 행정해석이 위법하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놓고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의 판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행정해석 차원이던 중복할증 문제가 법안으로 격상되면서 단체협약을 통해 휴일노동 중복할증을 받고 있던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위기에 놓였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법원이 오래 전부터 휴일근무에 대해 200%의 수당을 지급하라고 했는데 노동자 주머니에서 수당 50%를 빼앗는 개악안을 여야가 합의했다”면서 “법원을 무시하고 합법적으로 임금을 강탈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무제한 노동을 허용하던 ‘특례업종’도 폐지되지 않았다. 현행 근로기준법 59조는 노사간의 합의가 있으면 연장근로가 무한정으로 가능한 26가지 업종을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그동안 특례업종을 장시간 노동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폐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환노위는 26개 특례업종을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5개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계는 “무제한 노동을 가능케 하는 전근대적 특례업종을 그대로 두고 노동시간 단축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법개정에 앞서 특례업종을 우선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법 개정으로 노정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다음 달 2차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2차 회의에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의 실체에 대한 논의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노정관계가 긴장국면에 접어들면서 대표자 회의 자체가 어려워졌다. 민주노총은 앞서 성명을 내고 현행법보다 후퇴한 근로기준법의 국회입법을 강행할 경우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석을 재고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다솜 기자 allcotton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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