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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가 리콜을 위험하다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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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가 리콜을 위험하다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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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간 182

지난 2개월여간 우리나라에서는 리콜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과연 많기나 할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1월과 2월 단 60일 동안 식품 리콜 23, 의약품 21, 의료기기 77, 화장품 6, 자동차 40, 공산품 6, 축산물 9건으로 총 182건이 발생했다. 단순 계산으로 매일 2건의 리콜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리콜이 지난 2개월간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지난 2개월간 리콜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또한 리콜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부정적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과연 리콜은 부정적인 것일까?

어리석은 마르스?

먼저 해외 사례를 보자.

플라스틱 조각이 한 봉지에서만 나왔다고 확실하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기간 해당 공장에서 출하된 초콜릿 과자들은 전량 회수할 방침입니다.”

어투와 내용을 보면, 정부 기관에서 나온 검사관이나 할 법한 말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는 영국의 글로벌 초콜릿 업체 마르스(Mars)의 네덜란드 지사 홍보담당(Spoke person) 직원이 한 말이다.

이야기는 지난 1월 독일의 한 소비자가 마르스 제품 중 스니커스(Snikers) 제품에서 플라스틱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소비자의 항의를 받은 마르스는 유통과정을 역추적했고, 해당 제품이 네덜란드의 남부도시 베겔(Veghel)에서 제조된 제품인 것을 확인했다. 공장의 시설을 점검한 마르스는 해당 공장이 일정 기간 유사 하자를 보이며 제품을 생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였다. 마르스는 신속하게 대응하였다. 해당 기간 제조된 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이 결정은 마르스 본사 웹 사이트에 공지되어 있다.

출처 : 마르스 홈페이지(http://www.mars.com/global/press-center/press-list/news-releases.aspx?SiteId=94&Id=7017)
출처 : 마르스 홈페이지

마르스는 스스로의 하자를 덮어 무마하기는커녕, 공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제품을 회수했다. 마르스의 사례는 국내의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우리네 식품 제조사들에서 본 적이 없는 일이다. 혹은 마르스가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고 지적하는 소비자가 있을 수도 있다. 전량 회수는 비효율적인 데다가 기업의 이윤을 떨어뜨린다.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극히 적은 제품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전량을 회수한다면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한 것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더욱이 이러한 리콜은 기업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기업의 단기 이윤에 큰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리콜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마르스를 보며 몇몇 소비자들은 마르스의 기술력을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르스는 공식 발표를 통해 전량 회수를 발표했다. 혹시 마르스가 사회적 기업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다. 마르스도 엄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오히려, 마르스는 장기적 관점으로 자발적 리콜이 이윤 극대화에 이롭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눈을 돌려 미국의 경우를 보자. 검색엔진에 ‘최근 리콜(recent recall)’만 검색해도 다양한 리콜 리스트를 볼 수 있다. 또한,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최근 리콜을 리스트에 올려서 보여주기도 한다. 각종 정부 기관은 SNS와 뉴스레터 등 다양한 전달 방식을 사용해 최근 리콜 상황을 알려준다. 마르스의 리콜도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의해 미국 내 소비자들에게 전파되었다.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와 미은퇴자협회(AARP)와 같은 공공 단체 또한 뉴스레터를 통해 최근 리콜을 알려주기도 한다. 특히 컨슈머리포트는 자동차 및 가전제품 관련한 리콜 정보 전달에 강점이 있으며 미은퇴자협회는 노인들의 취약 부분인 금융상품 및 건강상품에 대한 리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가장 자본 중심적인 시장 구조를 가진 미국에서도 리콜은 매우 보편화되어 있다.

리콜에 대한 인식

그러나 한국의 경우, 리콜이라는 제도가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뉴스나 기사에서도 리콜이 부정적 용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업들도 리콜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 제품안전정보센터에 등록된 리콜 리스트 중 2월에 발생한 70여 건의 리콜 중 자발적 리콜은 단 2건뿐이다. 이러한 낮은 비율의 자발적 리콜에 대해 기업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만은 없다. 이러한 낮은 비율의 자발적 리콜의 원인은 소비자, 정부, 그리고 기업이 모두 협력해서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리콜은 매우 건강한 제도다. 첫 번째, 리콜은 매우 중요한 정보를 담은 제도다. 소비자가 무엇을 사야 하는지 혹은 무엇을 사지 말아야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두 번째, 자발적 리콜은 기업 스스로가 자정작용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모든 기업이 언제나 완벽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 중에는 하자도 있고 실수도 있게 마련이다. 기업이 스스로 잘못된 제품이라 판단하여 이른 시간에 스스로 고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들어간다. 소비자나 기업 모두 법정 싸움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필요가 없이, 기업이 스스로 고칠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시장 내 신뢰도를 증진시킨다. 기업의 자정작용이 강화되어 소비자의 신뢰를 강하게 이끌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먼저 바뀌어야 그들이 바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왜 자발적 리콜의 불모지가 되었을까? 그것은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과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 때문이다. 먼저 자발적 리콜에 대해 포용적인 소비자가 되어야 기업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자발적 리콜을 하는 회사는 기술이 부족한 회사가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 단점을 충분히 발견하고 관리할 만큼 기술과 시스템을 갖춘 회사다. 그러나 현재 소비자의 인식 위에서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리콜하기가 어렵다. 스스로 기술력 부족이라고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정직한 기업’으로 인식하기보다 ‘믿을 수 없는 생산 실력을 갖춘 기업’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또한, 정부의 허술한 관리와 감독은 자발적 리콜의 저해요소가 된다. 흔히들 국내 내수용 자동차와 미국 수출용 자동차의 성능비교를 하며 자동차 업체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이는 시작이 잘못된 비교다. 기준이 다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제시하는 제품 기준과 미국 시장에서 제시하는 제품 기준은 엄연히 다르다. 가장 잘 알려진 예로, 에어백을 언급할 수 있다. 국내 법규 기준에 의하면 최소한 디파워드 에어백만 장착하면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제시한 법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제조사들은 최소한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 혹은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장착해서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각 시장에서 제시하는 최소한의 기준에 맞춰 생산단가를 낮추는 것은 당연한 생리다. 자발적 리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경우, 자발적 리콜이 아닌 강제 리콜을 하는 경우 회사가 책임져야 할 배상 및 사회적 비용이 매우 커진다. 차라리 자발적 리콜을 함으로써 단기 이윤만 손해 보는 것이 낫다. 반면, 국내 시장 관리·감독 체계는 강제적으로 리콜을 시행하더라도 큰 손해가 없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경우,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는 것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된다.

아주 오래전에 이런 광고 카피가 있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 리콜에 대해서 이 카피를 다음과 같이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은 소비자와 정부가 하기 나름이에요.” 소비자가 자발적 리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부가 강제적 리콜에 대해 강한 정책을 사용한다면, 기업들은 변할 것이다. 단순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래서 안 돼”라는 말로 비난하기보다 시장 환경을 바꿔주어야 한다. 덧붙여 소비자는 유권자이기도 하다. 기업의 자발적 리콜을 강제하는 정부를 만드는 일은 우리 소비자의 손에 달려 있다.

※ COOPORTER(쿠포터)?

협동조합을 뜻하는 COOP과 기자를 뜻하는 REPORTER의 합성어로 국민TV 조합원 기자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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