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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군의료체계보고]병역 의무 2년? 군 피해자에겐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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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군의료체계보고]병역 의무 2년? 군 피해자에겐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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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답이 없더라고요. 해 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런 일 당하면, 고생하지 말고 빨리 따라 죽는게 답이야’ 뿐이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이런 일이 생기면 그냥… 마음은 그래요. 죽는 게 당신에게 좋아.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거예요.”
공복순/ 군피해치유센터 ‘함께’ 대표

신속하지 못한 군설의 대처로 인해 아들 故 노우빈 씨를 잃은지 벌써 5년.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운영 중인 공복순 대표는 최근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군 피해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 치유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심리 치료 교육 중 강사가 공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공 대표는 끝끝내 “하면 안 되는 말”을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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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우빈 씨의 어머니인 공복순 대표가 운영하는 군피해치유센터 ‘함께’의 사무실 @국민TV

일반 병사들의 의무 복무 기간은 약 2년. 하지만 군에서 사망하거나 부상, 질병을 얻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그 기간은 평생입니다.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과 같은 희귀병 환자의 경우, 경제적 부담까지 엊어져 가정이 크게 흔들립니다.

유격 훈련 도중 입은 무릎 부상이 CPRS로 악화돼, 지난 8월말 의병 전역을 한 홍인표 씨는 한 차례에 50만 원이 넘는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환부에 보톡스 주사를 맞는데 한 번에 52만 원이 들어요. 이걸 맞으면 발에 체온도 올라가고, 통증도 덜해요. 효과가 6개월을 간다는데 사람마다 다르대요. 인표는 3개월 정도 지났는데 벌써 효과가 떨어져서 조만간 또 주사를 맞아야 할 것 같아요.”
홍인표 씨 어머니

전역 6개월까지는 군 병원에서, 혹은 민간병원에서 위탁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치료비의 대부분을 국방부에서 부담합니다(민간병원 치료비의 경우 자비로 먼저 부담한 뒤 돌려받는 방식).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희귀병이자 난치병인 CPRS는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질병입니다. 혼자서는 거동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경제 생활을 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습니다. 부담이 온전히 개인에게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그나마 보훈 대상으로 지정이 되면 나라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국가보훈처가 의뢰한 관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14년까지 보훈처가 심사한 9건의 CPRS 사례 가운데 6건(중복 1건 포함)이 행정소송까지 거친 뒤에야 공상 인증을 받았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4건은 보훈 등급을 받지 못했습니다(등급 미달). 이 중에는 객관적 검사에서 이상 증상이 확인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등급기준미달로 결정된 사례는 진찰에서 확인되는 징후나 객관적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없어 등급기준에 미달하다고 인정된 사례도 있었으나,  객관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등급기준에 미달하다고 판정된 사례도 있었다.”
<이명ㆍPTSDㆍCRPS의 신체검사 및 상이등급 심사의 적정 방안 연구>, 2014년 11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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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어렵게 보훈 대상으로 지정받는다 하더라도, 생활비에 치료비까지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CRPS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훈 등급은 대게 7에서 5등급 수준. 그나마 높은 5등급을 받는다고 해도 보훈 급여는 월 1백만 원 미만입니다. 산정특례 적용 기간 5년마저 지나면, 이 금액으로는 치료비를 충당하는 것도 벅찹니다.

(* 산정특례제도 : 희귀, 난치성 질환자의 치료비 일부를 일정 기간 동안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 희귀병의 경우, 정부가 5년 동안 치료비의 90%를 지원한다.)

인표 씨가 받고 있는 보톡스 치료처럼, 산정특례 적용이 되지 않지만 필요한 치료들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CRPS 환자에게 심리, 정신과적 치료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CRPS 환자 같은 경우 통증이 강하게 나타나다 보니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어떻게 조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심한 경우는 통증 환자 90%가 우울 증상 호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절반 이상은 우울 증상이 있습니다.진통제는 병증을 완전히 해결해 주는 약이 아니라, 잠시 통증을 낮춰주는 효과 뿐입니다. 통증이 완전하게 해결되면 심리적인 문제도 없겠지만, 거의 24시간 내내 통증 달고 사기 때문에 심리적인 문제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질환입니다.”
조성근 교수/ 충남대 심리학과

“CRPS 같이 심한 통증은 개인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생깁니다. 인지 기능도 많이 떨어집니다. 약을 오래 먹고 하다보니, 집중력, 기억력도 떨어집니다. 수면에도 문제 생기고, 아파서 많이 못 움직이니까 살도 찝니다. 가족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생기니까 정신과 뿐 아니라 사회복지 쪽에서도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강도형 교수/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CRPS 환자를 포함해 제가 만났던 피해자들의 대다수는 군에서 부상을 입게 된 뒤, 우울 증상이 시작되고 성격에 변화가 왔다고 말합니다. 김민찬 씨(21, CRPS 환자)의 경우에는 단기 기억 상실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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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군에서 입은 피해만도 감당하기에 힘이 부친 상황. 여기에 군의 ‘성의 없는’ 사후 처리까지 더해지면 고통은 배가 되기 일쑤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군이 발급한 서류에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김민찬 씨(21, CPRS 환자)는 공무상병인증서에 적힌 사고 날짜가 실제와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대 의무실 기록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의무기록에 적힌 부상 날짜(23일)보다 사흘 늦은 26일에 부상을 입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공무상병인증서, 발병경위서 등은 보훈 심사에 반영되는 중요한 근거 서류입니다. 국방부 측은 이에 대해 ‘행정관의 실수’라는 입장이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군이 자신의 책임을 줄이려 서류마저 제대로 작성해 주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팀 관계자(익명 요구) 역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군에서 발생한 사고를 군에서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병명, 유전 질환, 알 수 없음…이런 걸 둘러대서 자기네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하는 게 가장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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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군 피해 문제에 대해 ‘일부’ 혹은 ‘작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60만 명이 넘는 군 병력 전체를 대상으로 보면 군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은 정말 소수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군 피해자 본인, 그리고 가족에게는 한 가정이 송두리 째 무너지는 일입니다. 삶을 빼앗기는 일입니다.

병역은 의무입니다. 병역이 국민의 ‘의무’라면, 국가는 이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피해를 책임져야 할 ‘의무’를 지는 것이 합당합니다. 군 의료 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지혜 기자 ilov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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