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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5) ‘단기군의관 제도’ 한계, 국방부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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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5) ‘단기군의관 제도’ 한계, 국방부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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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력과 의료 지원 인력의 효율적인 확보 및 운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것은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국방부 산하 국방 전문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소(KIDA)가 발간하는 주간지 <주간국방논단> 1632호(8월 15일자)에 실린 ‘군의료정책 추진 현황과 향후 정책 방향’이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국방부의 정책 싱크탱크인 KIDA 소속 연구진이 군 의료체계 개편을 위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지목할 만큼 군 내부에서도 의료진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군 의료기관은 사실 부족한 인력 투성이입니다. <2016 군 의료체계 보고> 2화 ‘군 병원 문제 많다’는 언론의 거짓말?에서 언급한 장기군의관 외에도, 간호사를 비롯해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의료 보조 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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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군의관 출신 김종엽 교수(건양대 이비인후과)는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민간 요양병원이나 사설병원의 경우에는 의사 1명에 간호 인력이 몇 배에요. 군병원은 1 대 1 내지는 의사가 많은 경우도 있어요. 의사 수에 맞춰서 환자 진료는 이뤄지는데 간호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요.”
김종엽 교수 / 건양대 의과대학(이비인후과)

안 그래도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군병원을 그만두는 인력 또한 많습니다. 지난 2013년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같은해 임관한 간호장교 75명(현재 간호사관학교 정원은 85명) 가운데 소령으로 진급한 인원은 불과 13명. 17%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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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이 자료를 낸 한국국방연구원(KIDA) 문채봉 박사는 특정 시기에 간호장교가 급감하는 원인이 군 시스템에있다고 분석합니다.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을 하지 못한 간호장교들이 비자발적인 이유로 군병원을 그만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인력에서 초래된 높은 업무 강도 역시 간호장교들의 전역을 부추기는 이유라고 김종엽 교수는 설명합니다.

“간호장교들이 임관 뒤에 맞딱뜨리는 업무 강도는 상상 이상이에요. 선배 간호장교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보고 나면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죠. 정말 많이 전역합니다. 현장에서는 숨이 넘어가요.”
김종엽 교수 / 건양대 의과대학(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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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TV <국방포커스>(2016년 5월 27일자 방송 화면)


간호사를 포함한 의무 보조 인력의 커다란 빈자리를 국방부는 지금까지 의무병으로 채워 왔습니다. 올해 3월 기준 의무병은 약 8천명. 군 전체 의료인력의 절반 이상입니다. 하지만 의무병 가운데 의료 관련 면허를 소지한 이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무자격자인 의무병이 의료 행위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장기군의관, 간호사 등과 같은 의료 인력의 부족은 사실 최근에 드러난 문제가 아닙니다. 2002년에 나온 한국국방연구원의 보고서에도 인력 문제가 군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명시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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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하단에 명기된 보고서에서 발췌 ⓒ국민TV

해묵은 과제이니만큼 해결 방안도 나와 있습니다. 장기군의관을 늘리고, 간호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등 전문 의료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지난 8일, 국방부 유균혜 보건복지관과 김서영 보건정책과장을 만나 군 의료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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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가 입수한 국방부의 <’13~’17 군 보건의료발전계획> 중 의무병 자격 부여에 관한 내용 발췌 ⓒ국민TV

국방부가 사실상 불법 행위를 방관하고 있는 의무병에 대한 질문부터 꺼냈습니다.

국방부가 현재 수행 중인 <‘13~’17 군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의무병의 자격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포함돼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이 우려 일색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시된 해결책은 ‘의무병의 의료 행위에 대한 한시적 권한 부여’. 즉, 의무병들이 군 복무 기간에 한해 합법적으로 의료 보조 행위를 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국방부의 정책은, 군 기무사령관 출신인 송영근 전 새누리당 의원이 19대 국회 임기 당시인 지난 2015년 발의했던 법안 내용과 거의 똑같습니다. 약사단체 등 의료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나오자마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발의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법안 철회됐습니다.

논란을 의식한 듯 국방부도 한 발짝 물러선 모습이었습니다. 유균혜 국방부 보건복지관은 무자격자인 의무병의 의료 행위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도록 만들려는 목적이라며, 가정 간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만 명문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의무병의 업무를 제한할 경우 발생하는 인력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의무병을 간호학과 출신으로 채운다”

김서영 국방부 보건정책과장은 교육부 등 다른 부처와 논의가 진행 중인 “아이디어 수준”의 방안이라는 단서를 붙인 뒤, 준비 중인 방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의무병을 자격자로 채우려고 합니다. 간호학과에 입학한 1학년 남학생들이 졸업 후에 의무병으로 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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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학연구소

간호학과 출신의 남성을 ‘군의관’처럼 의무병으로 복무시켜 합법적인 간호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

의사 개개인의 능력과 무관하게, 단기군의관 제도는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군의관들도 징집 대상인데다가, 명령 체계에 따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의사는 “사고가 발생하면 간부들이 ‘군의관은 전역할 사람 아니냐’며 책임을 떠넘깁니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라며 단기군의관들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간호학과 출신 의무병에게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까. 김서영 과장의 말투가 조금 굳어집니다.

“군에 의무병이 8천명 있습니다. 그 인원 전체를 면허 있는 사람으로 뽑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의사든 간호사든, 의료기사든 민간에서 수요가 너무 많습니다. 서울, 수도권에서 얼마든지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요. 단기군의관이 없다면 우리는 수요를 채울 수가 없습니다.”
김서영 / 국방부 보건정책과장

군 보건정책 담당자들도 단기군의관의 제도적 한계를 인정합니다. 그러면서도 간호인력을 단기 군의관과 같은 방식으로 확보하고, 전체 군의관 약 2,500명 중 2,000명 가량을 단기군의관으로 채우는 현행 시스템 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더 많은 숙련 의료진을 군병원으로 끌어오기 어려운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국방부와의 인터뷰는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았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군의 경직된 예산과 조직에 있었습니다. 민간병원만큼 임금을 주기도, 채용된 인력들을 배치할 적합한 자리를 만들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군병원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의사들은 연봉을 1억원 정도 받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밖으로 나가면 한 달에 3천~3천500만원 씩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무원 보수 체계 상 군에서는 그렇게 줄 수가 없습니다.”
김서영 / 국방부 보건정책과장

“총 정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군 의무직군)가 늘린 인원은 누군가를 갉아 먹고 들어온 것입니다. 제로섬 게임인 것이죠.”
유균혜/ 국방부 보건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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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국방논단> 1632호(2016. 08. 15) ‘군의료정책 추진 현황과 향후 정책방향’ ⓒ국민TV


결론은 군 의료 체계를 제대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산부터 정원, 심지어 징병 제도까지 포함해, 군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국방부가 시행했던 군 의료품질 개선 방안들이 근본적인 성과를 걷지 못한 이유도 당시의 개편 및 개선 방안들이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주간국방논단 1632호)였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현재 <’13~’17 군보건의료발전계획>의 후속 정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발표될 차기 계획에 따라 앞으로 3년 동안 군 의무 체계 개편 작업이 진행됩니다.

유균혜 보건복지관은 차기 계획의 중점을 군병원에 두었다며, “군병원을 중심으로 병원에 대한 투자와 인력 증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김지혜 기자 ilov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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