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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4) 병역은 ‘의무’ 치료는 ‘경제 능력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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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4) 병역은 ‘의무’ 치료는 ‘경제 능력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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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에 나가서 진료 받고 싶으면 자비로 나가겠다는 각서를 써야 해요. 결론은 수도병원에 가난한 집 아이들만 모여 있는 상태인 거죠.

故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이자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운영 중인 공복순 대표의 목소리는, 이러한 이야기를 할 때면 더 높아졌습니다.

“수도병원에는
가난한 집 아이들만 있다”

현역병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된 지난 2004년 이래, 점점 더 많은 병사들이 군 의료기관 대신 민간 의료기관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부담하는 현역병 건강보험부담금 추이에는 일반 병사들의 민간 의료기관 이용 현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아래 그래프). 시행 첫해 8개월 동안 50억 원 미만이었던 현역병 건강보험부담금은 시행 12년차인 지난해 무려 566억 원(결산 기준)까지 올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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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해당 기간 동안 의료비와 건강보험료가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인상분을 감안하더라도 500억 원이라는 상승폭은 국방부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입니다.

국방부 보건정책과 김서영 과장은 현역병들이 민간 의료기관을 많이 이용하게 된 데에는 사회적인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합니다. 군 의료체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한 가정에 자녀가 한두 명 밖에 없으니까 더 귀한 거예요. 거기에 소득 수준도 올라가고 건강보험에서도 점점 더 많이 보장을 해주잖아요. (민간) 실손보험도 있고요. 그러니까 부모들도 민간병원에 더 많이 보낼 수 있는 거죠.  군 의료기관에서도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거예요. 그런데 근본적으로 잡히지 않는 게 분명히 있어요.”
김서영 / 국방부 보건정책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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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국방부의 설명대로 실손보험 가입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역 복무 대상자인 20대의 경우, 민간 실손의료 가입률이 53.7%로 절반이 넘습니다. 전체 연령대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비율입니다(1위 30대 54.8%/ 보험개발원, 2014년 기준)

공복순 ‘함께’ 대표가 제기한 ‘의료 양극화’ 문제는 이 부분과 맞닿아 있습니다. ‘병역 의무’ 중에 얻은 부상 혹은 질병이지만, 가정 형편에 따라 서로 다른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병원비와 실손 보험료 등을 부담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경우에만 ‘선택권’을 보장받는 의료 양극화 현상. 이에 대한 우려는 건강보험법이 개정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부터 제기됐습니다.

지난 2008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나온 보고서의 한 구절입니다.

“현역병 등의 요양 급여 비용부담 제도(건강보험금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의 의료서비스 양극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2007 회계연도 국방위원회소관 세입세출결산 예비심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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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군 병원 인권 실태조사에 참여 중인 병사들 ⓒ인권의학연구소

지난 2013년 실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아래 그래프)입니다.

군병원에 입원 중인 병사들을 대상으로 민간병원 이용을 신청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병원비 때문에 민간병원 이용을 신청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35.5%로 가장 많았습니다. 민간병원 입원 경험 역시 입대 전 가정 형편에 따라 차이가 났습니다. 가정 형편이 중상 이상이라고 답한 병사들의 경우 36.9%가 민간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었지만, 중하 이하에서는 26.1%뿐이었습니다.

민간병원 진료 경험이 있는 입원 병사들은 민간 실비보험 가입율도 2배 이상 많았습니다(가입 69.9%, 미가입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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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제가 만났던 군 피해자들에게서도 위 조사와 동일한 양상이 확인됐습니다.

수도병원에 8개월 넘게 입원했던 A씨(의병 전역)는 군병원의 승인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간병원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B씨(의병 전역)는 지인으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아 민간병원에서 몇 차례 진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인의 도움을 받기 어렵게 된 이후로는 민간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A씨와 B씨 모두 희귀난치병 환자로 산정특례 대상입니다. 때문에 치료비의 10%정도만 실제 부담하면 되지만, 이마저도 두 사람의 가계에는 큰 짐입니다. 실비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현재 재활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위탁 진료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민간 의료기관을 상대적으로 자주 이용한 피해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민간 실비보험에 가입해 있습니다.

인권위의 조사에 참여했던 주영수 교수(한림대 산업의학과)는 “군이 사회 혹은 민간, 실손 의료보험에 의료 문제를 떠넘기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민간 의료기관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수록 군 의료기관은 더 약화되고, 약해진 군 의료기관을 경제적 약자들이 주로 이용하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실손 의료보험을 군에서 과하게 활용하는 바람에 군에 있는 아이들이 휴가를 내서 밖에서 진료를 받고 다시 들어가는 일이 너무 쉽게 벌어지고 있어요. 개인의 건강 문제이기 때문에 최선의 진료를 받는 거라서 더 좋을 수 있지만, 그럼 군 의료는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주영수 교수 / 한림대 의과대학(산업의학과) 

주 교수는 “군에서 100%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군 의료 시스템이 더 최악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지혜 기자 ilov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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