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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3] 복잡한 절차, 뒤섞인 체계…군병원, 기다리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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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펀딩 3] 복잡한 절차, 뒤섞인 체계…군병원, 기다리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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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준 씨(가명)의 부대는 배를 타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육지에 있는 병원에 다녀올 때면 보통 2박3일이 걸렸습니다. 기상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리 아파도 뭍에 나가기 어려웠습니다.

정신을 놓을 만큼 심각한 통증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국군수도병원에 두 차례 입원했습니다. 하지만 원인은 미상.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이 다 지나면, 대대의무실로 돌아와 지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통증 주기는 짧아졌고, 강도도 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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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국민TV

부대에서는 수도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을 것을 권했습니다. 성준 씨도 수도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민간병원 위탁진료(*)를 받았던 대로 A라는 과(科)에 입원하고 싶었습니다. 민간병원에서 진료받은 기록이 있었지만 불가능했습니다. “A과(科)는 응급실에서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절당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민간병원 위탁 진료 : 군병원(수도병원 기준)의 진료 능력을 초과하는 경우 등에 한해 군병원이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도록 허가해주는 제도. 병원비는 국방부가 부담한다.

세번 째 입원을 위해 수도병원에 갔다가 그냥 돌아온 당일, 문제가 생겼습니다. 늦은 저녁 심각한 통증이 찾아왔고, 성준 씨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곧바로 중대응급실로 후송됐고, 다음날 바로 수도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응급실에서는 입원이 되지 않는다던 A과(科)에 그는 입원하게 됐습니다.

단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응급실을 통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병원 A과(科)에 입원을 할 수 있게 된 상황이 성준 씨는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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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의료전달 체계도 ⓒ < 군 의료관리체계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국가인권위원회, 2013)

성준 씨가 겪은 일의 배경에는 복잡한 군 의료 전달체계가 꼽힙니다. 군은 의무실과 의무대(1차)에서, 군단병원(2차)을 거쳐 수도병원(3차)으로 가도록 환자 후송체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간절한 성준 씨에게는 이 전달체계가 유난스레 깐깐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군 의료 전달체계는 무력합니다. 국방부가 ‘수술 중심 병원’이라 칭하는 수도병원만 살펴 봐도 군 의료 전달체계의 현실이 드러납니다.

국방부 의뢰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작성한 <수도병원 발전방안 보고서>(2012)를 보겠습니다. 보고서는 수도병원 환자 가운데 급성기가 35%에 불과하고, 나머지 65%는 회복 중(정양)이라고 분석합니다. 군대가 아니었다면 굳이 상급 종합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들이 최상위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의미입니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참여했던 주영수 한림대 교수 역시 동일한 문제를 지적합니다.

“의료 전달 체계가 없어요. 중증도에 따라서 국군수도병원에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수도병원에도 다양한 경증 환자가 섞여 있습니다. 군 의료체계 안에 중증도에 따른 전달 체계가 없는 거죠.  중증도나 구성비 보면 전체적으로 구별이 안 됩니다.”
주영수 / 한림대 교수(산업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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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이 부대 밖에 위치한 군병원에 나갈 때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 ⓒ국민TV

뒤섞여 버린 진료체계의 피해는 고스란히 ‘심각한’ 환자들에게 돌아갑니다. 여기에 군에 유독 많다는 ‘꾀병’ 환자까지 뒤섞이면 군의관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모두가 다 아파요. 그 중에 누가 아직픈지 찾아내기란 불가능하죠. 꾀병 혹은 자기 주장이 강한 환자들 때문에 진짜 봐야할 환자를 못 봅니다.”
군의관 출신 현직 의사(익명)

“수도병원에 오는 환자 중 열에 아홉은, 꾀병은 아니지만 사회에 있었으면 병원에 오지 않았을 수준이에요. 그런 환자들을 보다 보니까 군의관들은 지치고, 그 중에 대충 본 환자 하나가 사고가 나는 거예요. 덜 아픈 환자 중에 진짜 환자가 섞여 있다는 게 제일 스트레스인 거죠.”
김종엽 / 건양대 이비인후과(군의관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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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후송 절차는 병사들의 원활한 진료를 방해하는 또다른 장애물입니다.

왼쪽 다리에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를 앓고 있는 김민찬 씨(21)는 부대에서 외진을 신청하는 것부터가 벅찼습니다. 힘들게 병원에 도착해도 진료 접수에서 밀려 늘 후순위가 됐습니다. 고양병원(전방병원, 2차 의료기관)과 수도병원에 갔다가 그냥 되돌아온 날만도 1월부터 5월까지 각각 3차례, 1차례였습니다.  이 가운데 한 번은 의무병이 진료과를 잘못 고지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진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부상을 입은  뒤 석달이 지나서야 가게 된 수도병원에서 허탕을 치고 돌아온 그날을 민찬 씨는 이렇게 기억합니다.

“고양병원에서 CRPS의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도병원에 최대한 빨리 가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때(4월 6일)에 처음 갔어요. 수도병원은 우리 부대와 더 멀어서, 한 번 가면 무조건 치료 받아야 해요. 오기 힘드니까요. 대대에서 한 명만 보내기 때문에, 제일 아픈 사람에 뽑혀서 그렇게 갔어요. 막상 갔는데 다리가 아프니까 접수를 늦게 해서 진료를 못 봤죠.”
김민찬 씨 / CPRS 환자(의무심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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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찬 씨의 의무 기록 중 일부를 재정리했다. ⓒ국민TV

이런 일들로 답답한 환자들은 결국 군병원이 아닌 민간병원을 향합니다. 군의료에 대한 낮은 신뢰가 근본적인 이유라면, 전달·후송체계 문제는 환자들을 초조하게 만들어 민간병원행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김지혜 기자 ilovone@gmail.com

* 4회차에서는 ‘군병원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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