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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군 의료체계 보고(2)] 언론의 거짓말? 불신은 여기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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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군 의료체계 보고(2)] 언론의 거짓말? 불신은 여기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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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의 불볕이 무력하게 느껴질 만큼 창백했습니다. 장정 3명의 도움을 받아야만 휠체어에서 침대 위로 자리를 옮길 수 있는 노정훈 씨는 저를 만나자 마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소리도 내지 못한 울음은 정훈 씨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감정 표현이었습니다.

지난 8월 초,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에서 노정훈 씨(22, 8월 29일 의병전역)를 처음 만났습니다. 지난 2014년 말 입대한 정훈 씨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했습니다. 복무 17개월 차였던 지난 4월 26일,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뇌출혈이었습니다. 육사 인근에 위치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에서만 약 한 달,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정훈 씨가 의식을 되찾자 군은 ‘급성기 치료가 끝났다’며 수도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당시 그는 사지를 움직이기는커녕, 호흡조차도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불안했습니다. 수도병원 측에서는 “재활의학과도 있고, 신경외과도 있다. 민간병원처럼 치료가 가능하다”며 부모님을 안심시켰습니다.

육사도 나섰습니다. 민간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육사 측은 거의 매일 정훈 씨에게 다녀갔다고 합니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뒤, 정훈 씨와 부모님이 어떻게 지내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육사에서는 ‘수도병원에 가면 간호장교가 다 알아서 해준다. 보호자가 24시간 간병을 하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준다. 부모님이 낮에만 간병하겠다고 하면 저녁시간에는 중환자실처럼 케어해 준다. 그러면 어머님도 덜 힘들고, 낮으로 볼일도 보고 더 낫지 않겠나’ 하더라고요.”(노정훈 씨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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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병원 입원 당시 노정훈 씨의 침상에 붙어 있던 이름표. ⓒ김지혜

언론에 나온 말은 모두 거짓말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인 김민찬 씨(21, 의무심사 중)의 가족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민찬 씨가 수도병원에 입실하던 날 동행했던 김혜진 씨(민찬 씨의 누나)가 군의관에게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입실하기 전에 알아보니까 거기 가면 큰일난다고 하더라고요. 군의관한테 대학병원에서 치료하겠다고 하니까 자기만 믿으라고 했어요. 언론에 나온 건 다 거짓말이고, 잘못된 보도라고요.”(김혜진 / 김민찬 씨의 누나)

믿었습니다. 그러나 믿음이 사라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정훈 씨의 가족이 가장 답답했던 건 재활 치료. 움직임을 멈춘 팔과 다리가 그대로 굳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민간병원과 다르지 않다던 수도병원은, 재활치료를 받는 곳까지 보호자가 직접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점만 똑같았습니다.

“휴가니, 훈련이니 휴무니 하면서 담당자가 없어요. 어제, 오늘도 휴가 가서 없대요. (재활을) 주말 빼면 일주일에 두세번 받아요. 민간병원에 있을 때는 주말 빼고 평일에 매일 했고요.”(노정훈 씨 어머니 / 8월 5일 인터뷰)

부모님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재활 프로그램은 루틴하게 돌아갔습니다.

“민간병원에서는 전기 자극을 주는 기구가 있더라고 말했어요. 그제서야 수도병원에도 있다면서 해주더라고요. 아이 상태를 살펴보고 재활 프로그램을 더해주든지 해야 하는데, 보호자 입에서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먼저 해주는 적이 없어요.”(노정훈 씨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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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말, 정훈 씨에게 나온 환자식. 유통기한이 한 달 가까이 지나 있다. ⓒ 노정훈 씨 어머니 제공(8월 1일 촬영)

정훈 씨 부모님의 불신을 키우는 일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기관지에 연결해 둔 튜브가 잘 관리되지 않아, 환부 주변에 덧살이 돋고, 심지어 피가 분출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정훈 씨에게 지급된 환자식(위 사진)은 유통기한이 지난 상태였습니다. 외부에서 죽을 사다 먹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도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기간은 전역 후 6개월. 내년 초까지 입원할 수 있지만, 부모님은 아들을 민간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병원비는 부모님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출신 의료진들도 있고 좋다고 생각했다”(김민찬 씨)

군의관의 부재를 민찬 씨 역시 경험했습니다.

“일주일에 2차례 정도 신경차단술도 해보고, 동시에 재활치료를 매일 해야 한다고 민간병원에서 권유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입원했을 당시에 (마치통증의학과) 군의관이 한 명 밖에 없었어요. 혼자서 다 감당을 못하죠. 뭐 찍고, 수술 들어가고…안 나오는 날도 일주일에 하루씩 있었고요.”(김민찬 씨 / CRPS 환자, 의무심사 중)

민찬 씨가 입원했던 올 여름, 마치통증의학과 군의관 일부가 동시에 제대를 하면서, 군의관 1명만 남아 있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군의관 혼자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는 이야기는 비슷한 시기에 수도병원에 입원했던 홍인표 씨(CRPS환자, 8월29일 의병전역)의 어머니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통증의학과) 군의관이 원래 4명이었어요. 그런데 다 전역하고 지금은 1명이에요.”(홍인표 씨(CRPS 환자) 어머니 / 7월 11일 인터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군병원 입원 경험이 있는 병사들일수록 군 의료에 대한 인식은 악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입원 경험이 있는 병사 가운데 48.1%, 절반 가까이가 군 의료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매우 나빠졌다 17.3%, 약간 나빠졌다 30.8%)고 답했습니다.

입원 경험이 없는 다른 병사들(매우 나빠졌다 7.4%, 약간 나빠졌다 17.2%)에 비해 부정적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언론 등에 나온 군 병원에 대한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닌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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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명실공히 군 의료 체계의 최상위에 위치한 수도병원에서까지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군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여러 차례의 설문을 보면, 그 원인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주된 이유로 꼽히는 것이 의료 인력의 확충 문제. 특히 의무 복무 기간이 10년인 장기 군의관의 수를 늘려,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은 군 안팎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십여 년이 넘도록 제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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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2016년 현재 복무 중인 군의관은 약 2,400여 명. 이 가운데 장기 군의관은 약 130명,  5.4%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보직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방부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장기 군의관의 보직을 확인했습니다. 병원장이 11명, 정책 관리 담당이 4명, 부장직에도 13명이 배치돼 있습니다. 교육 중인 수련의도 50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17개 군병원 등에서 실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장기군의관은 이들 중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장기 군의관 확보에 실패한 국방부는 지난 2008년부터 민간 계약직 의사를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국회 예산처가 발간한 <의무 사업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2012)에 따르면, 국방부는 “2007년 계획 수립 당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연도별로 30명씩 모두 180명을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현재 채용된 민간 계약직 의사는 37명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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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지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군 의료관리체계에 대한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주영수 교수(한림대 의과대학)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명확합니다.

“월급을 제대로 주고, 전문가를 채용해야 합니다. 군복무 3년을 대신하는 단기 군의관 말고, 숙명과 밥벌이가 되는 직업 사명감을 만들어줘야 해요. 3년 동안 싼 임금으로, 인력을 싸게 써서 해결하는 구조로 가는 것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돼요. 군이 병사들의 건강 문제를 굉장히 소홀하게 봐요.”(주영수 교수 / 한림대 의과대학(산업의학과))

주 교수의 지적처럼 군 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63만 장병의 건강 관리에 투입되는 예산은 국방부 전체 예산의 채 1%도 되지 않습니다.

군 의료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시점에서 발표된 내년도 국방 예산안은 어떨까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올해 대비 1조 원가량 늘어난 228조 1,757억원. 이 가운데 군 의무 예산 항목은 약 2,020억원으로 약 54억 원 가량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살펴보니 줄어든 부분이 보입니다. 수도병원과 대전병원에 책정된 예산입니다. 국방부는 두 병원에 들어가는 예싼을 각각 31억원 그리고 17억 5천만 원가량 줄여 편성했습니다.

내년도 군 의료 관련 예산 역시 1%의 장벽을 넘지 못할 모양샙니다.

김지혜 기자 ilov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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